세상이 복잡해져서 그런지 좀 더 단순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집에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을 남기는 미니멀 라이프가 있을 테고,
삶의 방식이나 생각을 좀 더 심플하게 정리해서 복잡한 생각 대신 정말 중요한 일들에 집중하려는 모습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는 미니멀과는 거리가 먼 맥시멀 리스트에 가까웠습니다.
워낙에 작고 귀여운 소품을 좋아하고 잔뜩 늘여놓은 분위기를 좋아했습니다. 거기에 아이가 생기니 작고 큰 육아용품들이 집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덜어내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남편은 잘 버리지 못하는 성향이어서 (정리를 할 때도 나중에 쓸 수도 있으니 일단 두자는 주의) 집이 가득 차기 시작했고, 집이 좁아 답답한 것이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며 쉬는 날이면 집이 아닌 밖으로만 나돌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여러 일들이 겹치며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사 가는 집은 새로운 마음으로 약간의 로망을 실현해보기로 했습니다. 남편과 저의 로망은 거실에 들어갔을 때 이곳이 어린이집인지 쉬는 집인지 모르겠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 좋아하던 예쁜 카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목표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처분하고 이사한 곳에서는 새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거실은 티브이 없는 거실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약간의 문제들이 발생했었는데 예를 들면 영상에 나오는 자극적인 부분을 너무나 스펀지처럼 습득했고(특히나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배우더라고요), 어린이집 생활에서도 조금씩 문제가 생기게 되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었고, 아이는 어린이집 휴원이 길어지면서 미디어 없이 생활할 수 없어 조금씩 보여주게 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핸드폰은 바로 보여주지 않았지만, 문제는 거실에 떡하니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티브이의 경우 티브이를 보는 것이 곧 휴식인 남편이 있기에 안 틀 수가 없었고 어른이 보면서 아이에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아이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하면서 남편을 위한 티브이는 방으로 집어넣고 아이와 가족의 주 생활공간인 거실은 티브이 없이 책을 읽을 테이블 하나와 책꽂이, 그리고 대형소파를 처분하는 대신 잠시 쉴 수 있는 1인 안락의자만 남기는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그리곤 결혼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샀던 티브이 테이블(일명 티브이 다이)과 소파는 과감히 처분했습니다.
그밖에 세 식구가 식사하기엔 컸던 식탁을 처분하고 이사 가면서 오늘에 집에서 판매하는 아주 저렴한 작은 원 테이블을 구매했습니다. 그밖에 도통 앉을 일이 없던 의자들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가지고 있던 알집매트 아이가 더이상 가지고 놀지 않지만 추억이라 버리지 못한 장난감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이중 아이 관련 용품들은 사진을 모두 찍어두어 아이와 사진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때 당근 마켓을 아주 잘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폐기비용을 드리지 않고 새물건을 사는데 보태서 아주 합리적이었다고 저와 남편은 자기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 오고 나서 집이 정말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이 가벼워지니 큰 가구뿐만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물건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하루에 목표한 한 곳만 정리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옷장에 멀쩡해서 버리지 않았지만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들은 과감히 옷 수거함으로 보냈고, 이중 아이 옷의 경우는 몇 번 입지 않은 옷들이 많아서 (아이들은 참 빨리 자라지요) 코너 마켓이라는 곳을 이용해서 판매했습니다. 처음 이용해보았는데 신청하면 옷을 수거하는 비닐팩을 보내주시고 처분하려는 옷과 신발을 보내니 검수하여 판매가 가능한 물품만 판매를 하게 됩니다. 판매하기에 코너 마켓에서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물건들은 다시 돌려받을 수도 있고 바로 기부를 할 수 도 있으니 참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집이 점점 가벼워지고 나니 계속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이사 온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이사온 첫날과 같은 모습을 계속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습관처럼 서랍이나 옷장을 한 번씩 열어 처분하는 일을 반복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비워내는 일이 습관이 되니 물건을 새로 들이는 행위에도 꽤나 오랜 시간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사지 않는 물건도 많아졌습니다. 진짜 필요한 것이 맞는지 고민하다 보면 8할은 없어도 아무 문제없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전에는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사들였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제가 너무나 쉬워진 세상 덕분에 늘 충분한 고민을 하기 전에 일단 구매를 했고 그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배송이 완료되어 이 소비가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물건을 비우며 가장 좋은 것은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최소화하다 보니 생각도 단순화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읽지 않는 책과 다시 보고 싶은 책을 구분하면서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위해 집중하며 시간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이 생각은 곧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매일 똑같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투덜거리만 했지 이러다 몇 년 뒤에도 똑같이 투덜거리고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면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생긴 변화는 생각 없이 사들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와 함께 자주 집에서 작은 것이라도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요리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내 아이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사 먹이던 인스턴트 음식들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지요. 일단 냉장고를 일주일 먹을 만큼만 장을 보고 쌓이지 않게 주기적으로 냉장고 파먹기를 하게 되니 아이에게 아주 간단한 음식이라도 만들게 되었고 이런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아침에 쿠팡 로켓 프레쉬나 마켓 컬리로 자기 전에 빵을 주문하는 횟수를 줄이고 아침에 아주 빠르게 할 수 있는 계란빵, 팬케익을 만들어 먹거나 주말에 일주일치 모닝빵을 한 번에 만들어놓으니 지금은 빵은 거의 사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레시피를 그냥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참고해서 따라 했는데 쉽고 맛도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만들게 된 나만의 레시피도 꼭 블로그에 적어보겠습니다.
저만의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 정리 -> 생각의 단순화 -> 자급자족 습관의 흐름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는 집에 물건이 거의 없는 집과는 다를 수 있지만, 저만의 비움을 실천하고 있고 단순화시키고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모든 것이 심플해지면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반년 간 저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였기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단순화를 실천하고 있는지 꾸준히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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